카톡 속 블록체인, 가능성 봤다


UX 우수하지만 콘텐츠 부족...디지털자산 더 추가해야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디지털자산 지갑 서비스 클립이 탑재돼면서, 블록체인 대중화 시점이 한발 가까워졌다. 그동안 블록체인 서비스의 이용자는 암호화폐 투자자나 기술에 관심이 있는 일부로 국한돼 있었는데, 카카오톡에 클립이 들어가면서 일반 이용자까지 저변을 확대할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하지만, 클립이 진짜 대중적인 블록체인 서비스로 거듭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출시된 클립을 살펴보면 아직 일반 이용자가 클립을 쓸 만한 이유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파트너 서비스 간 유기적인 연동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출시돼 일반 이용자가 즐길 만한 콘텐츠가 부재한 탓이다.

이에 파트너 서비스들과 협력해 다양한 디지털자산을 빠르게 추가하는 것이 클립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클립 개발사 그라운드X와 파트너사들이 서비스 연동과 새로운 디지털자산 발행에 대해 논의하고 있어, 차차 서비스 완결성을 높여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카톡 속 디지털지갑 클립 출시..."블록체인 대중화 초석 다졌다"

카카오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는 지난 3일 디지털자산 지갑 서비스 클립을 출시했다. 클립은 암호화폐 이외에도 게임 아이템, 할인 쿠폰, 마일리지, 당첨권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을 담고, 카카오톡 친구와 주고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다.

그동안 디지털 활동에 따른 다양한 결과물들은 경제적 가치를 가질 수 있음에도, 그 소유권을 명확히 주장하고 자산화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게임 아이템, 쿠폰, 마일리지, 당첨권 등이 대표적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이렇게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상태에 있던 것들이 손에 잡히는 자산으로 바뀌는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게 클립의 목표다.

클립은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카카오톡에 결합된 첫 블록체인 서비스라는 점에서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블록체인 서비스는 암호화폐 투자자 정도만 관심을 두는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러 있었는데, 클립의 경우 카카오톡에 탑재되면서 일반 대중까지 이용자 저변을 확대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클립이 블록체인 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디지털 자산에 대한 대중의 전반적인 인지도 향상이 첫 번째고, 블록체인 서비스로 신규 이용자들이 유입되는 효과가 두 번째다.

한 블록체인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국내 대형 IT업체인 카카오가 블록체인 사업을 한다는 것만으로 대중들이 블록체인 서비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지고 관심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그동안 블록체인 서비스와 접점이 없었던 일반 사용자들이 카카오톡과 연결된 클립을 통해 블록체인 서비스로 유입되는 것이 업계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클립은 출시 당일인 3일 하루에만 가입자가 10만 명을 넘어서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단기간에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선착순으로 가입자에 클레이 50개를 제공하는 이벤트가 입소문을 타고 퍼진 것이 한몫했는데, 클립이 카카오톡이라는 대중적인 플랫폼 위에 올라탔기 때문에 이벤트도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디지털 자산이 낯선 개념이고 일부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어 솔직히 걱정이 많았지만 (10만 가입자 돌파로) 대중들이 디지털자산에 관심이 많다는 것과 시장에서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며 "어깨가 더 무겁고 산업에 대한 책임감도 더 크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쉽고 편한 UX에 감탄...쓸 만한 서비스 없어 아쉽네

클립이 수 백만 명 단위의 이용자를 확보한 진짜 '대중 서비스' 반열에 오르기 위해선, 결국 클립 자체의 서비스 완성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출시 초기 평가는 나쁘지 않다. 특히 그동안 블록체인 서비스가 골머리를 앓아온 사용자 경험을 크게 개선했다는 점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기존 암호화폐 지갑은 계좌에 해당하는 지갑주소가 길고 복잡한데다가, 송금할 때마다 가스비(일종의 거래 수수료) 를 내야하고, 보안키를 잃어버리면 다시 복구할 수 없는 등 일반 모바일 서비스와 다른 생소한 개념이 많아 블록체인 기술을 잘 모르는 경우 이용하기가 어려웠다.

클립은 카카오톡과 연동된다는 점을 십분 활용해 이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일단, 카카오톡 더보기 메뉴를 통해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했고, 가입도 카카오톡 계정으로 원클릭에 가능하게 했다. 또, 복잡한 블록체인 지갑 주소를 몰라도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서 받을 사람을 선택해 암호화폐 전송이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 더해 전통적인 블록체인 개념 중 이용자 편의를 저해하는 부분은 과감하게 버렸다. 암호화폐 전송 속도를 일반 모바일 뱅킹 수준으로 높이고, 거래 수수료를 없앤 것이 대표적이다. 또 암호화폐 보관에 필요한 키 관리도 이용자가 직접할 필요 없이 그라운드X가 맡았다.

UX측면에서 호평을 받은 것과 달리 서비스 완결성 면에서는 아쉽다는 평이 많다. 가입 후 암호화폐나 디지털자산을 획득하고 그것을 다시 사용해 볼 수 있는 전체적인 시나리오가 구현돼지 않은 채 출시됐기 때문이다. 이는 클립과 파트너 서비스 간 긴밀한 연동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 크다.

클립에는 총 10개 블록체인 서비스가 탑재됐는데, 현재 대다수 서비스가 토큰이나 디지털 자산을 클립으로 전송하는 기능을 자체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현재 클립은 거래소에 있는 암호화폐를 옮겨와 보관하거나 친구에게 전송하는 일반적인 암호화폐 지갑으로 밖에 쓸 수 없는 상태다. 일반 이용자도 쓸 만한 블록체인 서비스 구현이 클립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출발이다.

그라운드X 입장에선 기술적으로 문제 없고 사용자도 어느정도 갖춘 파트너사를 추리다 보니 실제 클립에 탑재할만한 파트너사가 많지 않은 상황인데, 여기에 파트너사 자체적인 서비스 개발 계획과 크립토 이코노미 전략까지 감안해야 하니 클립 출시에 맞춰 긴밀한 연동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클립 화면
클립 화면

■실망하긴 이르다...NFT 카드 발행 적극적인 파트너 속속 등장

그렇다고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파트너사들이 클립 출시 이후 대체 불가능 토큰(NFT) 기능을 이용한 디지털자산 발행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곧 일반 이용자들 대상으로 한 다양한 디지털자산들이 클립 안으로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클립 파트너 업체 관계자는 "클립이 단순히 암호화폐만 담을 수 있는 지갑이 아니라 NFT를 발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파트너 서비스 업체들이 기대하는 바가 크다"며 "NFT를 활용해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는 방안을 다들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반 뷰티 커뮤니티 플랫폼 코스모체인은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클립 파트너사 중 하나다. 코스모체인은 뷰티 커뮤니티 피츠미에서 사용할 수 있는 NFT 카드를 클립에서 발행할 준비를 거의 끝마쳤다.

충성도 높은 이용자에게 '인증 카드'를 부여하고, 카드를 가진 경우 체험단 같은 인기 높은 이벤트에서 우대하는 식으로 NFT카드를 활용할 계획이다.

송호원 대표는 "클립이 NFT를 장착했다는 점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며 "단순 암호화폐 지갑이었다면 파트너사들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을 텐데 NFT 기능이 들어갔기 때문에 아이디어만 있으면 시도해 볼 만한 활동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클립 파트너사들이 카카오톡에 들어 있는 클립을 통해 이용자 유입을 가장 기대하고 있는데 단순히 클립 자체도 신생 서비스이기 때문에 당장 극적인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결국 파트너사들이 클립 내 NFT 카드를 잘 활용해 이용자들에게 실제적인 가치 주고 그것을 기반으로 클립과 파트너 서비스들이 동시에 이용자를 확대하는 전략을 가져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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